▤ 화제의 판결



최찬욱 변호사
cwchoi@js-horizon.com

 

 

분양계약의 요소에 대한 소고

 

최근 수분양자들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분양광고를 할 당시 광고전단지나 모델하우스 내용과 달리 건축되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예가 많아졌고, 그에 대한 하급심 판례가 줄이어 선고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법기관인 법원은 아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계약서 중 "분양관련 인쇄물과 달리 시공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을 약관규제법상 무효라고 판단하고 이를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시정권고조치하는 사례가 발생하였습니다.

통상 아파트의 사전분양시 카탈로그 등 각종 인쇄물은 분양아파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사항인 분양단지 조감도, 주거단지 동호수 배치도, 동별, 평형별 평면도, 각종 부대시설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쇄물이나 모델하우스의 조건 등이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어지는가에 대하여 대법원은 우선 분양계약이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전제를 두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또한 대법원은 분양광고의 내용, 모델하우스의 조건 또는 분양회사가 수분양자에게 행한 설명 등이 비록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광고 내용이나 조건 또는 설명 중 구체적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이는 사항에 관한 한 수분양자들은 이를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분양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결국 분양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분양계약요소로 포함되는 것은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거래조건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항들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최근 하급심 판례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반영하여 수분양자들의 청구를 기각하거나 손해배상에 한하여 과장광고를 이유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1. 울산지방법원 2009. 4. 23. 선고 2007가합7733 손해배상(기) 사건
      (조감도 사례)

 

 

 

 


가. 쟁점


① 광고전단지, 모델하우스와 달리 건물간 이격거리가 지나치게 좁게 신축되어 건너편 건물에서 각 세대의 거실이 보이는 등 사생활이 침해된다.
② 거실 실내등, 로비라운지 등이 광고전단지, 모델하우스, 카탈로그와 달리 시공되었다.

나. 판단

조감도만으로는 건물간 이격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고, 광고 전단지 등에도 "본 광고에 사용된 투시도는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컷으로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기재가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광고 전단지 등에 게재된 조감도 자체가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건물이 조감도와 다르게 건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불이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서울고등법원 2009. 7. 14. 선고 2008나93867 손해배상(기)등 (전실 사례)

 

 


가. 쟁점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받는 각 세대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실을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제공하지 않았다.

나. 판단

전실의 설치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피고는 이에 따른 위치와 형태의 전실을 시공하여 수분양자들에게 제공할 계약상 의무는 있으나, 전실을 배타적 주거공간의 일부에 포함시켜 제공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따라서 공용부분으로서 분양안내책자나 견본주택에 표시한 것과 같은 위치와 형태의 전실을 제공한 이상 분양계약의 내용을 불이행하였다고 할 수 없다.

예비적으로,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수분양자들로 하여금 각 세대가 전실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오인할 만한 내용의 광고를 한 것은 인정되어 부당한 광고행위로서 위법하다(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과 위자료 인정).

   3. 대구고등법원 2009. 8. 13. 선고 2007나10338 손해배상(기)등
     (토지경계선 사례)

 

 


가. 쟁점

아파트 사업시행자가 아파트를 신축·분양하면서 아파트단지의 실제 토지경계선보다 안쪽에 옹벽과 담장을 설치함으로써 입주민으로 하여금 그 담장 바깥 토지를 주차장과 조경부지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나. 판단

아파트 분양안내자료에 '시공상 배치 및 평면에 약간의 변경이 있을 수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분양계약서와 입주자모집공고에도 '등기시 대지공유지분은 면적 증감이 있을 수 있음'이라고 구체적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분양계약에서 공유지분의 면적에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관계 법령에 의한 공공시설 등의 귀속으로 인한 것이거나 그 범위가 상하 100분의 2 이내인 경우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정산의무조차 지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어(제3조 제2항), 피고가 담장 바깥 토지를 아파트 부지로 조성한다고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가 이 사건 아파트의 대지에서 제외되어야 할 담장 바깥 토지를 이 사건 아파트의 대지에 포함시켜 수분양자에게 이전등기를 해 준 것은 장차 담장 바깥 토지가 대체 관습로 및 배수암거로서의 필요와 효용을 상실할 경우를 대비하여 수분양자들의 활용을 배려한 편의적 조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나 이를 참고한 하급심 판례는 분양계약요소로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인 거래조건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항들만을 포함시켜 이행대상으로 판단하고 있어, 실제 시행사나 시공사를 상대로 분양계약서 외의 사항을 추가로 시공하거나 설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를 거의 받아들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는 그러한 점들이 수분양자에게 오인을 일으킬 정도로 광고를 하였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과장광고로서 기망행위에 해당되어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보이고 있어 이 한도에서 수분양자와 분양자의 이익을 절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본 바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8월 24일 분양관련 인쇄물과 달리 시공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과 업무상업시설의 변경에 대해 이의제기를 금지한 조항을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파트·부대시설의 외형 및 재질 일방적 변경 가능 조항은 분양관련 인쇄물·조감도 등과 달리 시공할 수 있도록 한 약관조항은 사업자로 하여금 계약의 중요내용인 아파트와 그 부대시설의 외형 및 재질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하므로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합니다. 또한 업무·상업시설 변경에 대한 이의신청 금지 조항은 사업자의 아파트 단지 내 업무·상업시설의 변경에 대해 아파트 계약자가 전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조항은 고객의 권리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므로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사업계획 변경으로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혐오시설이나 일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시설 등이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와 주거자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면 주거부분 계약자들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시정조치는 아파트 분양사업자들이 분양계약서에는 홍보내용과 달리 아파트 계약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으나, 공사진행중 건물의 외형이나 재질을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직 대표적인 기관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어떤 방법으로 충족시키는지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이번 시정조치에 대한 시행사나 시공사의 법적 대처와 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