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입찰은 계약체결을 희망하는 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다수인과 경쟁을 통해 체결하는 계약 또는 계약체결과정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최근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지출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등 대규모 공공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공공입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가 모두 '공공입찰'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행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에서 추정가격이 30억원 이상인 국가 발주 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대상이거나 대안입찰 및 일괄입찰의 대상인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에 관한 계약체결을 조달청장에게 위임하였고, 조달청장이 체결하는 계약은 일반경쟁입찰이 원칙이므로(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 현재에는 대부분의 공공계약이 입찰의 방식으로 체결됩니다.
법률적으로 최저가 입찰자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는 경우 입찰공고를 청약의 유인으로, 입찰을 청약으로 보아 발주처가 낙찰자를 결정하는 '승낙'이 있어야 계약이 체결됩니다. 따라서 낙찰 자체는 본계약의 예약에 해당합니다. 반면, 최저가 입찰자가 곧바로 낙찰자가 되는 경우에는 입찰공고가 청약에, 입찰이 승낙에 해당하여 바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입찰공고 → 입찰 → 개찰 → 낙찰자 선정 → 계약서 작성의 절차로 입찰에 따른 공공계약이 체결되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공공입찰절차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관여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낙찰자가 결정되므로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입찰단계에서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다수의 입찰자의 경쟁회피행위에 대한 사후적 평가, 낙찰자를 결정한 뒤 입찰참가자들이 낙찰자 지위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등이 실무상 자주 문제가 됩니다.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에 관하여는 이번 뉴스레터의 다른 글로 상세히 살펴볼 것이고, 낙찰자의 지위를 둘러싼 쟁송과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자주 알려진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다수의 입찰자들이 경쟁회피행위를 한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다수의 입찰자들이 경쟁회피행위를 하는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와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입찰자들이 경쟁을 회피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담합 등 공동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는 명문으로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낙찰자, 경락자, 투찰가격, 낙찰가격, 경락가격을 결정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낙찰 또는 경락의 비율, 설계 또는 시공의 방법, 그밖에 입찰 또는 경매의 경쟁요소가 되는 사항 전체에 대한 사전 결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이나 법원의 판결로 드러난 사안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업자들이 최저입찰가격(계약목적에 따라서는 최고입찰가격), 수주예정가격 또는 그와 비슷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을 사전에 결정하는 행위. 둘째, 낙찰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하여 다른 응찰업체들이 예상낙찰가격 또는 낙찰예정자 입찰가격을 넘는 낙찰가격으로 입찰하는 행위. 셋째, 사건에 사업자들이 낙찰받을 공구와 공사 내용을 정해 두고 낙찰예정자를 결정해 둔 행위 등입니다. 그리고 사업자가 공동으로 특정사업자가 수의계약에 의해 계약할 수 있도록 결정ㆍ유도하는 행위 역시 금지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같은 입찰담합행위가 있은 경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명령의 대상이 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자는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거나 적격점수가 감점되는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입찰자들의 경쟁회피행위는 형법상 입찰방해죄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형법은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15조). 거래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서 입찰자 상호간에 정보를 교환한 것에 불과하다면 담합행위나 위계가 인정되기 어렵지만(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1199 판결), 통상적으로 담합행위가 있으면 위계가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실무에서는 '공정을 해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을 해하였는지를 판단하는 법원의 기준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발생시켰는가"입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5037 판결). 그리고 판례는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 가격결정뿐만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건설분야의 민간발주가 위축된 경제상황에서 공공부분의 비중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수의계약이 어려운 공공부분의 계약에서 사업자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회피해야 할 유인이 클수록, 그 행위가 사후적으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받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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