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ㆍ부동산】공공시설을 취득한 행정청 등이 공공시설 설치자를 상대로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정원 변호사박성철 변호사
   
   
 

1. 사건의 쟁점

구 택지개발촉진법(1997. 12. 13. 법률 제54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 구 도시계획법(1995. 12. 29. 법률 제51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3조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구 택지개발촉진법 제25조(공공시설등의 귀속) ① 시행자가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새로이 공공시설을 설치하거나 기존의 공공시설에 대체되는 시설을 설치한 경우 그 귀속에 관하여는 도시계획법 제83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행정청인 시행자'는 이를 이 법에 의한 '시행자'로 본다.

구 도시계획법 83조(공공시설등의 귀속) ① 행정청이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실시계획의 인가 또는 제4조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아 새로이 공공시설을 설치하거나 기존의 공공시설에 대체되는 공공시설을 설치한 경우에는 국유재산법 및 지방재정법 등의 규정에 불구하고 종래의 공공시설은 인가 또는 허가를 받은 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되고, 새로이 설치된 공공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행정청에 무상으로 귀속된다.

② 행정청이 아닌 자가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실시계획의 인가 또는 제4조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아 새로이 설치한 공공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행정청에 무상으로 귀속되며, 도시계획사업 또는 토지의 형질변경등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기능이 대체되어 용도가 폐지되는 행정청의 공공시설은 국유재산법 및 지방재정법등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가 새로 설치한 공공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안에서 그 인가 또는 허가를 받은 자에게 이를 무상으로 양도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취지의 조항은 현행 법률에도 남아 있습니다. 「택지개발촉진법」 제25조,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을 합하여 제정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65조에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과 관련해서는 종래 '행정청이 아닌 도시계획사업시행자'가 도시계획사업을 시행하여 설치한 공공시설 및 그 부지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으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로써 사업이 완료되어 준공검사를 받은 시점에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1999. 4. 15. 선고 96다24897 전원합의체 판결).

이번 사건에서는 위 규정에 따라 공공시설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공공시설을 설치한 자를 상대로 하자담보책임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습니다.


2. 원심의 판단과 대법원 판결

원심 법원은 "위 규정들에 의하여 이 사건 하수도 시설물을 원시취득하게 된 원고가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하수도 시설물의 시공상 및 재료상의 하자에 관한 보수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9. 6. 24. 선고 2008나1679 2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무상의 원시취득을 인정한 취지는 택지개발사업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공공시설의 원활한 확보와 그 시설의 효율적인 유지 관리를 위한다는 공법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으므로, 이러한 무상의 원시취득으로 형성되는 국가 등과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의 관계는 공법관계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공법관계의 당사자 사이에서는 뚜렷한 법령상 및 계약상 근거 없이 사법상 하자담보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록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가 설치한 공공시설에 시공상 하자나 재료상 하자가 있더라도 그 공공시설을 무상으로 원시취득한 국가 등은, 뚜렷한 법령상 및 계약상 근거가 없는 한,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사법상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

무상으로 원시취득하는 것은 공법관계이기 때문에 별도의 법령이나 계약상 근거가 없는 이상 원시 취득한 시설에 대하여 사법상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3. 판결의 의의

공법관계와 사법관계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종래 법률관계가 행정주체인지 사인(私人)인지라는 주체를 기준으로 하여 지배복종관계이면 공법관계, 대등관계이면 사법관계라고 판단해 왔습니다. 이런 기준에 따라 "행정청이 국유림을 대부하는 행위는 대부를 받은 주체와 대등한 입장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면서 사법관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62. 11. 22. 선고 62누170 판결). 반면, "국유재산 관리청이 무단 점유자에 대하여 하는 변상금 부과처분은 관리청이 공권력을 가진 우월적 지위에서 행한 것"으로서 공법관계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누1046,1047 판결).

이 사건의 경우, 법률 효과에 따라 원고가 공공시설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였습니다. 소유권 변동에 원고와 피고의 어떤 행위가 매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유권 변동이 지배복종관계인지, 대등관계인지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공익목적에 봉사하면 공법관계이고, 사익 추구에 한정되면 사업관계라는 이른바 이익설의 입장을 취했습니다. 국토계획법에서 원시취득을 인정한 목적이 택지개발사업과정에서 필요한 공공시설을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유지ㆍ관리하려는 공익적 목적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공법관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소유권 취득을 공법관계라고 보면, 별도의 법률상 근거가 있거나 따로 약정이 없는 이상 원고가 피고에게 공공시설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됩니다. 대법원은 같은 맥락에서 "토지소유자가 토지수용법 규정에 의하여 부담하는 토지의 인도의무에는 수용목적물에 숨은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하자담보책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98다58511판결). 따라서 이 사건 원고의 청구는 기각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시설을 이전 받은 자가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하자보수의무에 대한 별도의 약정을 두고 그에 따른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시설 자체는 무상으로 이전되는 것이지만, 사업을 인가 받아 진행함으로써 수익을 누리는 데에 따른 반대급부의 성격이 있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약정이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4. 다운로드 : 대법원 2011. 12. 27. 선고 2009다56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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